장례식 문화

상차림이 아닌 추모 중심 장례

young410 2025. 7. 27. 09:00

장례 문화, 조용한 추모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장례 문화는 점차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조문객을 위한 상차림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고인을 조용히 기리는 ‘추모 중심 장례’로 분위기가 바뀌는 추세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인구 고령화와 핵가족화, 경제적 부담의 회피, 그리고 장례에 대한 인식 전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추모 중심 장례

과거 장례식은 삼일장(三日葬)을 기본으로 하고, 하루에도 수십 명의 조문객이 방문해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음식을 차리는 것이 일종의 도리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러한 전통적 형식은 유족에게 큰 경제적·정신적 부담을 안겨주었고, 이를 줄이려는 사회적 논의가 이어지며 ‘간소화’와 ‘조용한 추모’가 중심이 된 장례 문화로 점차 전환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조문, 시간 제한 조문, 온라인 추모관 등이 확산되며, 장례 자체를 간결하게 치르는 분위기가 더욱 강화됐다. 더 이상 ‘음식 대접’이 장례의 본질이 아니라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상차림 중심에서 고인과의 이별을 조용히 마주하는 추모 중심으로 변화한 장례 문화는, 지역에 따라 확산 속도에 차이를 보이고 있다.

수도권, 추모 중심 장례 전환 빠른 편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지역은 장례 문화의 변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곳이다. 이 지역에서는 상차림을 생략하거나 간소화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로 여겨지고 있으며, 조문객 또한 이에 큰 불편을 느끼지 않는 분위기다.

대형 병원 장례식장에서 ‘정중하지만 짧은’ 문상이 일반화되었고, 조문 후 식사 권유 없이 바로 돌아가는 문화가 자리잡았다. 장례식장 측에서도 별도의 음식 공간 대신 헌화와 추모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춘 경우가 늘고 있으며, 조문객이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도록 시간대별 방문 예약을 받는 등 효율적인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또한 장례 의례를 ‘가족 중심’으로 치르려는 경향도 강하다. 과거에는 일가친척, 이웃, 회사 동료 등 다수가 참석했지만, 현재는 가족과 가까운 지인 위주로 초청을 제한하고, 유족이 직접 “식사는 생략하겠습니다”, “조용히 추모만 부탁드립니다”라고 안내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서울뿐 아니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전반에서 이러한 변화가 공통적으로 나타나며, 이는 경제적 부담 완화, 시간 절약, 감정 소모 최소화 등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추모 중심 장례가 이미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역별 추모 중심 장례: 지방은 아직 변화의 과도기

수도권과 달리 지방에서는 아직 상차림 중심 장례 문화가 많이 남아 있으며, 추모 중심 장례로의 전환은 상대적으로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전통적 공동체 문화가 강한 지역일수록 ‘찾아오는 조문객에게 정성껏 대접하는 것’이 예의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에, 상차림을 줄이거나 생략하는 것이 오히려 결례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경상도 지역에서는 장례식에서 제공되는 음식의 정성과 양을 통해 유족의 ‘도리’를 평가받는 분위기가 여전히 존재한다. 고인을 존중하는 마음이 음식과 환대의 정성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상차림을 없애는 것은 아직 민감한 문제로 남아 있다. 조문객도 “밥이라도 한 끼 먹고 가야 예를 다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자연스레 상차림 문화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라도 일부 지역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공동체 중심의 문화가 강하게 남아 있는 지역일수록 ‘함께하는 상(喪)’의 개념이 여전히 중요하다. 유족이 손수 음식을 내어 조문객을 맞이하고, 조문객은 오래 머물며 유족과 대화를 나누고 고인을 기리는 시간이 길다. 이런 지역에서는 간소화된 장례가 ‘마음이 없는 장례’로 비춰질까 염려해 변화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충청도와 강원도 등지에서는 점차 변화가 시작되고 있지만, 아직은 수도권만큼 보편화되진 않았다. 일부 장례식장에서는 ‘간소화 선택형 상차림’을 도입하고 있고, 유족 역시 “조용히 치르고 싶다”는 요청을 장례지도사에게 전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마을 어른이 오셨는데 식사도 안 내느냐”는 시선을 의식해 갈등을 겪는 사례도 있다.

추모 중심 장례로의 전환, 문화적 공감과 제도적 뒷받침 필요

장례의 본질은 고인을 경건히 기리고, 유족의 슬픔을 함께 나누는 데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한국 사회에서 장례는 단순한 추모 이상의 ‘사회적 의무’로 기능해왔다. 누가 왔고, 어떤 예를 다했는지를 기록하고 평가하는 분위기 속에서 상차림은 하나의 통과의례처럼 여겨졌으며, 때론 과도한 형식과 경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따라서 추모 중심 장례로의 전환은 단순히 비용을 줄이거나 절차를 생략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고인을 기리는 방식이 ‘형식에서 진심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사회적 성찰의 결과이며, 변화하는 가족 구조와 삶의 방식, 그리고 죽음을 대하는 태도가 함께 반영된 현상이다.

이러한 변화가 더 널리 확산되기 위해서는 지역 간 문화 차이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병행되어야 한다. 수도권의 변화된 문화가 무조건적으로 ‘앞선 것’으로 평가되기보다는, 각 지역 공동체의 특성과 정서를 고려한 점진적 변화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지방에서도 ‘정성은 다하되, 형식은 줄이는 방식’으로 전환을 시도하거나, 조문객을 위한 다과 공간만 마련하는 식의 유연한 장례 운영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제도적인 뒷받침도 중요하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상차림 간소화를 유도하고, 공영 장례식장에서 간편식 형태의 조문 음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변화에 발맞춘 행정적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장례지도사 교육 과정에서도 이제는 ‘추모 중심 장례’와 ‘유족의 정서적 케어’가 주요 주제로 다뤄지고 있는 추세다.

궁극적으로 장례는 고인과 유족을 위한 시간이며, 누구의 시선도 아닌 진심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상차림이라는 형식을 줄이고 추모의 본질에 집중하는 장례 문화가 더 많은 공감 속에 확산되길 바란다. 그리고 그 변화는 지역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 속에서 조용히 뿌리내릴 것이다.